Книга - 심폐소생술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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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거부
Charley Brindley


죽어가는 한 남성이 자신이 뇌사 상태로 판정될 경우에 의료진에게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두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심폐소생술 거부 서류에 서명하였다고 그의 손녀에게 이야기한다. 죽어가는 한 남성이 그의 손녀에게, 자신이 뇌사 상태로 판정될 경우 의료진에게 죽도록 내버려 두라는 지시 사항이 적힌 심폐소생술 거부 서류에 서명하였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무의식 속으로의 긴 여행으로 초대되었는데, 그의 바람과 달리 그의 신체가 계속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그의 몸 전체로 투여되는 항콜린제로 인한 환각작용인가 아니면 정말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Do Not Resuscitate

by

Charley Brindley



심폐소생술 거부



찰리 브린들리 지음

charleybrindley@yahoo.com

https://www.charleybrindley.com/

Edited by

Karen Boston



편집자 캐런 보스턴

https://bit.ly/2rJDq3f

Cover by

Charley Brindley

책 표지 찰리 브린들리

Translated

By Yewon Cho

옮긴이 조예원



© 2019 by Charley Brindley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Printed i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에서 발행

First Edition November 2019

초판 발행 2019년 11월

This book is dedicated to

Vern F. Brindley Jr.

이 책을 번 F. 브린들리 주니어에게 바칩니다.



Some of Charley Brindley’s books

have been transl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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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llowing books are available in audio format:

아래의 찰리 브린들리 책을 오디오 형식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Raji, Book One (in English)

라지, 제1권 (영어)

Casper’s Game(in English)

캐스퍼의 게임 (영어)

Dragonfly vs Monarch, Book One (in English)

잠자리 대 제왕, 제1권 (영어)

Dragonfly vs Monarch, Book Two (in English)

잠자리 대 제왕, 제2권 (영어)

Do Not Resuscitate (in English)

심폐소생술 거부 (영어)

The Last Mission of the Seventh Cavalry (English)

일곱 번째 기병대의 마지막 임무 (영어)

Hannibal’s Elephant Girl, Book One (in Russian)

한니발의 코끼리 소녀, 제1권 (러시아어)

Henry IX (in Italian)

헨리 9세 (이탈리아어)

Other books by Charley Brindley

찰리 브린들리의 책들



1 Oxana’s Pit




1 옥산나의 채굴장




2. Raji Book One: Octavia Pompeii

2. 라지, 제1권 : 옥타비아 폼페이



3. Raji Book Two: The Academy

3. 라지, 제2권 : 학교



4. Raji Book Three: Dire Kawa

4. 라지 제3권: 무서운 규율



5. Raji Book Four: The House of the West Wind

5. 라지 제4권 : 서풍이 부는 집



6. Hannibal’s Elephant Girl Book One: Tin Tin Ban Sunia

6. 한니발의 코끼리 소녀 제1권: 틴틴 반 수니아



7. Hannibal’s Elephant Girl Book Two: Voyage to Iberia

7. 한니발의 코끼리 소녀 제2권 : 이베리아로의 항해

8. Cian

8. 시안



9. Ariion XXIII

9. 아리온 29



10. The Last Seat on the Hindenburg

10. 힌덴부르크의 마지막 좌석

11. Dragonfly vs Monarch: Book One

11. 잠자리 대 제왕: 제1권



12. Dragonfly vs Monarch: Book Two

12. 잠자리 대 제왕: 제2권



13. The Sea of Tranquility 2.0 Book One: Exploration

13. 고요한 바다 2.0 제1권 : 탐험



14. The Sea of Tranquility 2.0 Book Two: Invasion

14. 고요한 바다 2.0 제2권 : 침략



15. The Sea of Tranquility 2.0 Book Three: The Sand

Vipers

15. 고요한 바다 2.0 제3권 : 모래 독사들



16. The Sea of Tranquility 2.0 Book Four: The Republic

16. 고요한 바다 2.0 제4권 : 공화국



17. Sea of Sorrows

17. 슬픔의 바다



18. The Last Mission of the Seventh Cavalry

18. 일곱 번째 기병대의 마지막 임무



19. Henry IX

19. 헨리 9세



20. Qubit’s Incubator

20. 큐비트의 인큐베이터



21. Casper’s Game

21. 캐스퍼의 게임



22. The Rod of God

22. 신의 무기



23. Seventeen Steps to a Sphynx Breeding Program

23. 열일곱 단계의 스핑크스 고양이 번식 과정



Coming Soon

곧 출간됩니다.



24. Dragonfly vs Monarch: Book Three

24. 잠자리 대 제왕 : 제3권



25. The Journey to Valdacia

25. 발다시아로의 여정



26. Still Waters Run Deep

26. 고요한 물이 깊게 흐른다.



See the end of the book for details about the other books

브린들리 책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도서 뒷면에 나와 있습니다.

Contents

차례



Chapter One

제1장

Chapter Two

제2장

Chapter Three

제3장

Chapter Four

제4장

Chapter Five

제5장

Chapter Six

제6장

Chapter Seven

제7장

Chapter Eight

제8장

Chapter Nine

제9장



제1장



2019년 3월 23일,



2019년 3월, 마음속에 낀 안개를 걷어내려고 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때 코에 연결되어있는 어떤 물체가 손가락에 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콧속으로 연결된 관은 내 목의 중간 지점까지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것을 빼내려고 시도했지만 내 볼에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었다. 머리는 뻐근했고,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뒤죽박죽 한 영상만 나타날 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추적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눈은 떴지만, 흐릿한 시야 속으로…뭐라고? 말도 안 돼, 나는 구름 안에 있었다. 많은 흰색의 물질들과 빛나는 금속 물체가 보였다. 관들, 삑 거리는 소리. 그래, 병원이다. 의사 선생님은 12살 소녀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엄숙해 보이는군.

나는 마치 어딘가에 크게 부딪힌 후에 형편없이 복원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단지 마음이 젖은 시멘트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나의 몸에 진통제를 엄청나게 투여했나 보군. 오히려 좋은걸. 그들이 나의 '심폐소생 거부'에 대해서 기억을 했으면 좋겠네.



나의 남은 일생을 관, 호흡기계, 삐삐거리는 화면에 둘러싸여 보내고 싶진 않아.

가볍게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예쁜 연한 파란 색의 옷을 입은 남자. 다른 의사인가? 다행히도, 십 대처럼 보이지 않는군. 제발 인생이라고 불리는 허튼 것을 몇 년 더 살게 하지 말아주기를. 내 나이는 이제 거의 80세. 케이틀리온에게 몇 년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야. 그냥 이 관들을 자르고 나를 죽게 해주길.



파란 옷을 입은 남자는 의자를 가져다 내 침대 옆에 앉아 미소를 보였다. 바이탈 사인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고, 심각한 모습으로 화면을 보지도 않았으며, 그의 목에 늘어뜨린 청진기도 없었고, 내 몸에 바늘을 쑤셔 넣지도 않았다. 단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6피트 3인치의 큰 키의 남성으로 호리호리하고, 엷은 턱수염과 갈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 초저녁의 빛깔 같은 짙은 푸른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당신은…." 다, 목이 건조하군. 나는 침을 삼켰다. "그렇게 활기차신가요?"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됐어요." 그의 음성은 부드러웠고 내가 예상했던 그것처럼 남성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릴 때 들었던 어머니의 목소리와 같았다. 부드럽고, 상냥해서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거라고 느껴지게 하는 목소리. 다른 소리도 들렸다. 그때 문이 활짝 열렸고, 나는 병실에 들어온 간호사를 보기 위해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했다. 나는 왜 의사 선생님이 화면에 나타난 수치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그녀는 디지털 화면을 빨간색 손톱으로 두드린 후, 의사 선생님에게는 인사하지 않고 곧장 나에게 웃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상냥함에 화답하려고 시도했다. 그녀는 예뻤고, 20대 정도로 어려 보였다. 그녀의 피부색은 부드러운 갈색 아니면 여름의 밀 빛깔이었다.

"브린들리 씨, 좀 괜찮으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옥수수죽하고 자두 주스를 준비해 가져다줄 거에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이야기하실 겁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서 내 옆에 앉아있는 의사를 가리키려 했지만, 관과 손 등에 꽂힌 두 개의 주삿바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당신의 가족들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의사는 말했다. "그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제 손녀를 혹시 아신다면, 그 아이가 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대기실 의자 위에서 자고 있어요."

"그 아이를 불러줄 수 있나요?"

"아니요. 버튼을 누르셔야 해요."

"어디에 있죠?" "손 바로 아래쪽에 있어요."

"아, 그렇군요." 나는 버튼을 찾아서 더듬거린 후에 눌렀다. 담당 간호사가 서둘러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엇을 가져다드릴까요?" 하고 물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내 어깨에 얹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매우 친절했고,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다.

"케이틀리온이 밖에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예요. 그 아이는 저보다 이곳에 더 오래 있으니까요."

불쌍한 아이. 그 아이는 괜찮을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기를 바란다. 나는 그 아이가 열 여덟 살이 될 때까지 버텨왔다. 그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트럭 운전사와 눈이 맞아 함께 위치타를 떠났을 때 아이는 두 살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우리 둘뿐이었다. 몇 주쯤 지나고 나면 케이틀리온은 잘살게 될 것이다. 비록 혼자일 테지만 그 아이는 대학을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유럽에 가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은 고작해야 한 달 남짓일 것이다.



“할아버지.”

여기 있었구나, 아름다운 나의 소녀. 그녀가 나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몸을 낮추어 볼에 입을 맞춘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틀리온, 케이트 리온. 아이의 엄마가 펜타닐 약물과 헤로인 투여로 인하여 발음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마도 그녀는 “타비온”이라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그 이름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내 아기.” 그녀는 구멍이 나 있는 청바지와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티셔츠에는 ‘다섯 명 중 네 명은 수학을 어려워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자 웃음이 났다.

“오늘 좋아 보이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긴 적갈색의 머리. 그녀의 갈색 눈은 깊었고, 마치 특별한 비밀을 숨긴 듯한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의 끝부분부터 6인치 정도는 밝은 꿀 빛깔의 금발로 염색을 했는데 그녀가 베이비라이트 색상이라고 부르는 듯했다. 그리고 항상 아름다운 미소를 띠었다. 나는 코에 연결된 관을 통해서 숨을 내쉬고 손을 흔들어 그녀가 말을 멈추도록 했다.

“내 생각에 이젠 때가 온 것 같구나, 아이야.” “안 돼요,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링거 주사 때문에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자신 쪽으로 가져갔다.



제2장

1945년 8월 10일



나는 교실 뒤편의 문으로 살며시 들어가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너는 누구니?”

그날은 포드랜드 고등학교로 등교하는 첫날이었다. 작은 체구의 남자가 교실 앞에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보랏빛을 띤 회색 정장에 검은 조끼 그리고 꽃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남자 선생님을 본 적이 없었다.

“차, 찰리 브린들리예요.”

“좋아. 내가 아는 다섯 번째 브린들리가 되겠구나. 너 말고 다른 아이들은 없니?”

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나에게 다른 형제들이 없냐는 말인가, 아니면 브린들리라는 성을 가진 학생들에 관해 묻는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는 거지?

나는 키득거리는 소녀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몸을 웅크리며 책상 위의 커다란 영어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저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 가서 죽을 수는 없을까?

“그래.” 선생님이 칠판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러분의 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수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겠어요.” 그는 분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윈터 콜드스트림” 그는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맞아. 나의 어머니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셨지.”

그는 상자에 분필을 내려놓은 후 손에서 먼지를 털어냈다. “8개의 품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여섯 명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콜드스트림 선생님은 미소를 머금은 여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나에게서 멈추었다.

“브린들리?”

아무도 나를 성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나는 아래쪽을 쳐다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품사들의 이름을 말할 수 있니?” 나는 문법에 품사가 있다는 자체를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교과서를 집어 들고 펼쳤다.



“이것들을 4학년 때 배웠을 텐데.” 그는 교실을 둘러보았다.

“너, 이름이 뭐니?” “엠버 콜드스트림이요.”

“어쩐지 낯이 익었다 했어. 품사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해보렴.” 다른 학생들이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엠버는 미소를 지으며 품사들을 말했다.

저 여자아이는 참 귀엽게 똑똑하기까지 하구나.

“잘했구나, 엠버.” 그는 교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형용사란 무엇이지?”

조금 전과 같은 여학생들이 이번에도 손을 들었다.

“브린들리?”

오, 세상에. 왜 저 선생은 왜 나에게 자꾸 이런걸 묻는 거야?

나는 펼쳐진 책을 들여다보며 움직임 없이 조용히 있었다. 이 지구상의 표면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고, 모두가 나를 쳐다보며 나의 무식함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런, 브린들리는 수학 문제에만 깊이 빠져있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다른 반응에는 대답도 않는가 보군.”

몇몇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는데 유난히 한 남학생의 웃음소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헨리 위트. 그는 반응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를 게 분명했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니?” 다른 학생에게 선생이 물었다. “윌리엄 더모트 입니다.”

“그래, 윌리엄. 형용사란 무엇이지?”

왜 저 선생은 나만 성으로 부르고 다른 학생들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일까?

“아…” 윌리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바닥을 그리고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사람, 장소 또는 물건?”

“틀렸다. 사람, 장소, 물건을 가리키는 품사는 무엇인지 아는 학생?”

이번에도 손을 든 것은 그 여섯 명의 여학생들이었다.



콜드스트림 선생님은 교실 앞쪽을 성큼성큼 걸어서 손을 들고 있는 여학생의 앞에서 멈추었다. “너는 누구니?”

“줄리엣 더모트요.” 그녀가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정말이니? 그럼, 저기에 앉은 윌리엄 더모트를 아니?

“몰랐다면 참 좋았을 거예요.” 그녀는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니?”

“명사입니다.”

그녀는 엠버처럼 예뻤고, 똑똑했다.

“맞아. ‘- 하게’로 끝나는 단어들 대부분을 뭐라고 부르지?”

제발 나에게 다시 질문하지 말기를. 나는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른다고.

“부사요.” 줄리엣이 대답했다.

“맞았어.”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흐른 적은 처음이야. 아, 부사는 배웠었는데.

“이제 문장의 구조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할까?” 콜드스트림 선생님은 칠판 위에 “재빠른 갈색 여유가 게으른 개를 뛰어넘는다.”라고 적었다.

문장의 구조라고? 저건 여우하고 개잖아.

콜드스트림 선생님의 55분간의 중학교 3학년 영어 교실은 55시간처럼 느껴졌다. 종이 울리는 소리가 매우 듣기 좋았다. 나는 책을 집어 들고 서둘러 강당으로 향했다.



“안녕, 돌대가리.”

나는 키가 큰 소년이 벽에 기대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그는 붉은색 머리와 수천 개는 되어 보이는 주근깨가 있었다.

“여기서 뭐하니?”

또 다른 소년이 두 명의 소녀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역사 수업 들으러 가고 있는데.”

“아니 내 말은, 고등학교에서 뭐 하고 있는 거니?”

그런 뜻의 질문인 줄은 몰랐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는 중학교를 먼저 나왔어야지.”

내가 나온 학교는 1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만 있었고 중학교 3학년 교실은 없었다.

“아.”

“정말 바보구나.” 다른 소년이 말했다. 그 아이는 헨리 위트였다.

“저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뭔지도 모른다고.” 엠버가 말했다. 모든 학생이 나를 보며 비웃었다.

“나는 너의 멜빵바지가 참 좋아.” 엠버가 말하며 키득거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이 건물에서 당장 뛰쳐나가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곳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도록 나를 다잡았다.

역사 수업 교실을 찾아야만 해.

나는 강당을 내려 걸어간 후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교실을 지나친 것 같군.

나는 소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복도에서 모퉁이를 돌자 네 명의 소녀들이 과체중으로 보이는 소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라고 노래를 부르며 몸집이 큰 소녀의 두 볼에 눈물이 흐르는 아이를 놀려댔다. 그 불쌍한 소녀는 사물함을 등지고 있었고 달아날 곳이 없었다. 그 소녀의 하늘색 눈동자는 눈물로 가득 찼다. 그 소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머리를 사물함에 기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구불거리는 긴 금발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소녀는 체구가 컸는데, 몸무게가 250파운드 이상은 되어 보이는 듯했다. 그렇다고 한들 왜 그 소녀를 놀리는 거지?

그곳을 지나가는 학생 중 몇몇은 소녀를 보고 비웃거나 짓궂은 말을 건넨 후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거나 무엇이든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 중에는 엠버 콜드스트림도 있었다. 나는 영어 수업 시간에 받았던 수치를 다시금 모두에게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팻시를 놀리는 것에 싫증이 난 네 명의 여학생들은 그 유치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팻시는 사물함을 열고 손수건을 찾았다.

이 소녀에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녀가 안 되었긴 하지만, 나는 말솜씨가 없잖아. 틀림없이 바보 같은 말이나 건네겠지.

팻시는 네 명의 여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사물함에서 책을 몇 권 꺼내었다. 나는 한동안 고민했지만, 그녀가 뒤를 돌아 이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역사 수업이 있는 교실을 향해 자리를 피했다.



점심시간은 더욱더 끔찍한 경험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옆 테이블에 앉은 소년이 말했다.

“소똥 냄새.” 다른 아이가 답했다.

“어디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 저기, 그 촌놈에게서.”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돌대가리?”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달걀 샌드위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이가 소똥 샌드위치를 먹고 있어.”

다른 남학생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옆 테이블에 관심을 집중했다.

“도시락 싸 온 사람은 밖에서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었니?”

“맞아, 그게 규칙이야.”

“아마 그가 품사들을 다 배우게 될 때쯤에서야,” 한 소녀가 말했다. “규칙서를 읽을 수가 있겠지.”나는 누가 말했는지 돌아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엠버였다.

“그림으로 된 규칙서도 만들어지지 않았었니?” 소녀가 말했다.

“농부들도 규율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다른 소년이 말했다. “색칠하기 책이지.”

나는 종이봉투에 샌드위치를 다시 집어넣고 우유가 든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오 이런, 쟤가 울려고 하나 봐.” 학생들이 거짓 울음소리를 내며 더욱 치밀하게 놀려댔고, 나는 구내식당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더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 * * * *

“어머니, 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에 어제 처음으로 등교한 후, 다음 날 아침이었다.

“왜 그러니?” 어머니께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계셨다.

“다들 절 싫어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 아이들이 온종일 저를 놀려댔다고요. 점심시간에도 말이에요.”

“그 아이들에게 너를 내버려 두라고 말했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우유와 시리얼을 한입 먹었다. 그리고는 시리얼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 아이들이 너에게 못된 말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너도 말을 하렴.”

“하지만 나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걸요. 그 아이들이 웃으며 자리를 뜨고 난 후에서야 대꾸할 말이 떠올라요.”

“그렇다면 생각을 좀 더 빨리해야겠구나.”

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저의 뇌는 너무 느리다고요.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는 그것은 어떨까요? 여자아이들은 제외하고 말이에요.”

“여자아이들도 너에게 못되게 구니?”

“네.” 내가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또는 주먹질을 한다든지. 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주먹질이 더 하기 쉬울 것이다.

“그 학생들이 너를 괴롭히는 장소는 어디지?”

“복도하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요.”

“알겠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바로 전까지 이전 교실 안에 남아있다가, 그 아이들이 너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말고 서둘러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렴. 점심시간에는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반드시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필요는 없잖니.”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나는 점심이 든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 버스를 타러 달려 나갔다.



* * * * *



점심시간에 나는 사물함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어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조금 배회하다 축구장 안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 텅 빈 관중석의 중간쯤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 왁스 종이로 포장된 달걀 샌드위치를 꺼내다가 운동장 반대편 관중석의 중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집을 보니 팻시였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옆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양쪽 다리에 금속으로 된 보호대를 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들이 점심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더군다나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야 할 지 몰랐다.

그냥 저쪽으로 걸어가서 앉으면 될까? 아니면 함께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볼까? 만일 저 아이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때는 어쩌려고? 그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낫겠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는 과학 교실로 30분 일찍 빈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조용했다. 25분이 지난 후,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나는 교과서를 읽는 척했다.

“우와 저 아이 읽을 줄 아나 본데.” 남학생 한 명이 말했다.

“아닐 거야, 저 과학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겨 놨을 거야.” 아이들은 웃었다.



지금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만 해. 괜찮은 만화책이 뭐가 있더라? “응, 나는 슈퍼맨 만화책을 여기 갖고 있지.”라고 한다면, 아니야 그건 좀 바보 같잖아. “당연하지, 너도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기고 싶지 않니?” 아니야, 그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니까, 그리고 저 아이는 한 수 위에서 날 놀릴 테니까, 그러면 나는 다른 받아칠 만한 말도 생각해야 해. 오, 하느님. 사회생활은 정말 어렵군요. 그냥 저 아이들이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겠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아마도 한 학기 내내 그럴 테지. 망할, 앞으로 3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고 또 재치 있는 말들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난 견딜 수 없을 거야. 팻시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는 거지?



애덤스 선생님의 역사 수업 시간에는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교실 뒷자리에 앉아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않기를 바랬다. 선생님이 칠판에 기원전 330년이라고 적고는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라고 물었다.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한 여학생 앞에 섰다. “넌 이름이 뭐니?”

“엠머 콜드스트림 입니다.”

“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니?”

“제 생각에는 브린들리가 알 거예요. 저 아이가 역사 과목의 전문가거든요.” 그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저 아이는 나에게 무얼 하려는 거야?

“브린들리”, 애덤스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

“그러니까…. 영국?”

“틀렸어. 아는 사람?”

줄리엣이 손을 들었다. 애덤스 선생님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케도니아입니다.”

“맞았어. 그럼 그가 최초로 정복했던 나라는?”

“그리스입니다.”

“또 맞았구나, 잘했어. 누군가는 여름 방학 동안에 교과서를 읽었다니 기쁘구나. 자 이제 로마 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수업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은 내일 수업 전까지 교과서의 첫 장부터 세 단원을 읽어오라며 범위를 정해주었다.

* * * * *



대수학은 영어와 역사 과목들만큼 어려웠다.

왜 컬드웰 선생님은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으신거야?

“부에나스 따르데스 에스투디안테스.” (좋은 오후입니다, 학생여러분)

산도발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하며 말했다.

몇몇의 아이들이 인사에 답했다. “부아나스 따르데스, 세뇨라 산도발.”

“에스 운 헤르모소 디아.” (날씨가 너무 좋아요.) 엠버가 말했다.

나는 교실 뒷편에 앉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엠버가 말한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은 선생님을 웃게했다. 선생님은 내 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무너져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예상했기에.

“꼬모 테 일아마스, 호벤?” (이름이 무엇인가요, 청년?)

나는 선생님의 어조를 듣고 그것이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물어보았어.”

“아, 찰리 브린들리입니다.”

“엘 티네 운 리게헤로 프로블레마 멘탈,” (그는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요) 엠버가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정신적 문제라는 부분만 알아들었지만 나머지 부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오, 시엔토 무쵸 에스쿠차르 에소,” (이런, 참 안됐구나.) 산도발 선생님이 말했다.

“너의 학습을 위해서 조금 천천히 수업진행을 시작해야겠구나.”

엠버의 웃음은 조롱에 가까웠다.

저 아이는 왜 나를 싫어할까?

나는 교과서를 펼쳐서 내 얼굴 앞으로 들어올렸다.



* * * * *



학교가 끝나고 나는 학교 버스를 기다리며 인도 위에 서 있었다.

“줄의 제일 뒤로 가라, 돌대가리야.”

“뭐라고?”

주근깨투성이 얼굴을 가진 크래머였다.

“네가 내 자리에 서 있잖아. 줄 뒤로 가라고, 거기가 네가 있어야 할 자리야.”

“줄이 없는데.”

“줄이 곧 생길 거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이 내 자리야.”

그는 나를 뒤로 떠밀며, 내 책들을 땅에 내던졌다. 다른 아이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 부분을 잡았다. 크래머는 무릎을 들어 올려 내 배를 가격했다. 내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그가 내 가슴을 가격하며 나를 때려눕혔다. 다른 아이들이 웃으며 말했다.

“브린들리, 어서 반격해.”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어깨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애를 가격한 위치는 그의 단단한 근육이었다.

곧 그가 내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나는 넘어졌다. 무릎을 꿇고 넘어진 나는 눈을 비볐다. 그때 학교 버스가 도착해서 멈추었고, 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나를 지나쳐가며 나를 비웃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 탄 학생이었다. 나는 버스 운전사의 바로 뒷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 *



학교에 다닌 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는 어디에 숨어있으면 되는지 적합한 장소들만 알아내었을 뿐이었다. 내가 어떠한 질문에도 정답을 맞히지 못하자, 선생님들은 결국 나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셨다.

여섯 개의 전 과목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교실 뒤편에 앉아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노트에 적고 과제에 대해 읽었지만 나는 이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했으며, 항상 자신들의 지식을 자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었는데, 특히 여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엠버.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선생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 * * *

나는 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와 역사 수업 교실로 서둘러 향했다.

“어이, 이 자식.”

나는 크래머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세 명의 한 패거리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오, 안돼. 또 시작이라니.

“너는 같은 멜빵바지를 매일 입는 거니?”

나는 내 옷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나에겐 이런 멜빵바지가 네 벌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일주일에 세 번 빨래를 해주셨다. 우리 집 뒤 베란다에는 탈수가 되는 세탁기가 있었다. 아버지와 레오 삼촌이 고물 수집장에서 찾아낸 오래된 전기 모터로 세탁기의 드럼통이 돌아가도록 만드셨다. 어쨌든 내 멜빵바지들은 다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었다.

“그 밀가루 부대 같은 셔츠도 매일 같은 거니?”

“응, 아마도.”

“너희 엄마한테 다음번에는 마대를 사용해서 만들어달라고 하렴. 그게 너에게 더 딱 맞는 스타일이니까.”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다시 나를 돌아보았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꾸할 만한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 3장

2019년 3월 23일



“케이틀리온, 내 말 좀 들어보렴. 우리는 18년 동안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 이제 너는 밖으로 나가 너의 인생을 사는 거야. 대학교에 가고, 회사를 운영하고, 여행도 하고. 그렇지만 약속해 주렴, 너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 인생을 충만하게 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작은 케이틀리온은 주름진 내 늙어버린 손을 그녀의 볼에 가까이 가져갔다.

“저는 할아버지를 보낼 수 없어요.”

“그래야만 한단다, 아가야. 의사가 이젠 때가 되었다는구나.”

나는 그가 있는 쪽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손녀가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네가….”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나를 위해서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를 사다 준다면 좋을 것 같구나. 그래 줄 수 있겠니?”

손녀는 코를 훌쩍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겠니? 간호사 말로는 오늘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더구나.” 그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10분 뒤에 돌아올게요. 감자튀김도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미소를 그녀에게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병실을 나섰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헛간 안의 다락에서 아이패드를 찾아보세요.” 파란 옷의 의사가 말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백과 전서, 위키피디아….” 그는 앞에 놓인 빛이 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초록빛이 그의 얼굴에 비쳤다. 그는 자기의 손가락을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듯 밀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의회 도서관의 모든 책과 미국 특허청의 모든 발명품,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약의 제조법과 설명,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태양열로 충전되는 전지판도 있지요. 당신은 이 모든 걸 숨겨 두어야 해요.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헛간이라니? 어떤 다락방을 말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둥그런 헛간 말이에요. 노트북을 사용할 줄은 아시죠?”

“네, 하지만 저는 걷지를 못해요. 당신은 나를 구급차로 그곳에 데려갈 건가요?”

“아닙니다, 당신은 날아서 갈 거예요.”

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아, 알겠어요.”

“우리에게는 몇 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요. 모든 지시 사항은 ‘지시 사항’이라고 적힌 폴더 안에 적혀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로 표시해 둔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적어놓은 것도 아니잖아.

“무엇에 대한 지시 사항들인가요?”

“그곳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은 어느 분야의 의사 선생님인가요?”

순간 내 심장이 갑자기 펄떡거리며 크게 뛰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내 숨이 몇 초간 멈추었다.



“...그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무슨-” 내 다리에서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연락하지 못할 거에요.”

“누구에게 연락한다는 거요?”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내 속에서 흘러 다니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음에는 길게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쉭 하며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앞의 터널에서 나오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제4장



1945년 9월 27일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한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은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잠시 윙 울리다가 나의 몸 전체가 따끔거렸다. 마치 나의 모든 혈액이 내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즉시 거품이 있는 어떤 물질과 혼합된 새로운 피로 교체된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기분이 좋았고, 내 시야가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정확해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이 새로운 기분을 음미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저스틴 크래머의 못난 얼굴이 보였다.

“내 말이 들리냐, 이 머저리야?”

“너 방금 우리 엄마에게 뭐라고 했어?”

“너희 엄마가 바느질을 끔찍이도 못 한다고.”

그는 엠버와 두 친구를 돌아보며 웃었다.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선 후 내 멱살을 잡았다.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반응했다. 그의 손을 잡아 손등 위의 손목에 압박을 가했다. 그의 무릎이 꿇렸고 비명을 질렀다.

그가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나에게 휘둘렀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더욱 꺾었고 그를 바닥을 향해 밀었다.

맙소사, 나에게서 이런 힘이 어디에서 나온 거지?

나는 그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섰다.

하마터면 저 아이의 손목을 부러뜨릴 뻔했어.

그는 힘겹게 일어섰지만, 한쪽 무릎을 펴지 못했다.

엠버가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려 했으나 그가 뿌리쳤다.

“나한테서 떨어져,” 그가 엠버에게 말하며 일어섰다. “오늘 일을 꼭 복수할 거야, 브린들리.”



“그래, 어떻게 할 건데?”

“알게 될 거야.”

“그러지 말고 지금 팔굽혀펴기로 겨뤄보는 게 어때?”

“뭐라고?”

“우리 중에서 오 분 동안 더 많이 팔굽혀펴기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의 뒤에 있는 누군가가 비웃었다.

그래, 나도 알아. 크래머는 축구팀에서 가장 힘이 센 선수라는걸.

크래머는 웃으며 땅으로 몸을 굽혀 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나는 엠버에게 내 책들을 맡기고 그의 옆에서 자세를 잡았다. 우리는 동시에 시작했다. 열 번의 팔굽혀펴기를 한 후부터 나는 큰 소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우리가 열다섯 번째로 팔굽혀펴기를 했을 때부터 그 아이가 조금 뒤처졌다. 다른 아이들이 크래머를 응원했다.

서른 번째에 내가 제안했다.

“이제부터 한 손으로 하는거야.”

“뭐?”

나는 내 왼손을 등 뒤에 붙이고 계속했다. 크래머도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서른다섯 번째로 팔굽혀펴기를 하자마자 그의 가슴이 땅에 부딪혔다. 나는 계속해서 내 오른팔로 거뜬하게 팔굽혀펴기를 계속했다.

“사십.” 내가 말한 후 일어서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 손을 쳐냈다.

“이게 끝이 아니야.”

“오, 이젠 뭐가 있는데?”

“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엠버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녀도 나를 따라 했다.

“조심해.” 그녀가 입 모양으로 말한 후 나에게 웃어 보이며 책을 돌려주었다.

종이 울렸다. 크래머가 쿵쿵거리며 걸어갔고 그 뒤로 엠버와 그의 친구들이 뒤따라갔다.



* * * * *

역사 수업 시간에 나는 평상시대로 교실 뒤편의 의자에 앉았다. 이상한 광경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마치 깨어있어도 꿈을 꾸는 듯했다.

정글 숲속의 전쟁…. 열대 우림 사이를 넓게 흐르는 강물…. 사막 안의 오아시스…. 스키를 타는 장면….

그것은 마치 긴 영화를 빠른 속도로 틀어 놓은 것 같았다.

연기 자욱한 술집…. 기타 음악 소리….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브린들리?”

나는 교실 앞에 서서 나를 부르는 애덤스 선생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학생이 나를 보고 있었고, 몇몇은 웃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의자에 푹 내려앉아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할 그거로 생각할 테지.

“네, 선생님?” 내가 말했다.

“기원전 216년에 알프스산맥을 넘어서 로마를 공격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어.”

그건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녀는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 걸까? 나는 선생님을 지그시바라보았다.

“그럴 줄 알았지.” 애덤스 선생님이 말했다.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

몇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한니발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는 팔짱을 꼈다.

“뭐라고 했니?” 선생님께서 물었다.

“한니발은 39마리의 전투 코끼리와 2만 6천 명의 보병들을 이끌고 갔어요.” 나는 이어서 말했다. “군대는 기병 만기와 1만 6천 명의 보병들로 나뉘었지요. 아마 몇백 명의 군무원들도 있었을 거예요. 코끼리 대부분은 산맥의 높은 고도의 추위로 죽었어요.”

나는 주위의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엠버와 손을 들고 있던 다른 아이들이 너무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또한, 그는 만 명의 병력들을 잃었죠.”

나는 내 노란색 연필을 집어 들고 손가락으로 돌렸다.

한니발이 이탈리에서 세 번째 전투를 벌인 호수의 이름이 뭐였더라? 나는 이것을 알아내야만 해. 알프스산맥의 사진이 떠올랐다.

추크슈피체! 바이에른에서 가장 높은 산.

나는 창밖의 느릅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것을 흘끗 바라보았다.

저기 봉우리에 도금한 십자가가 있네. 카빌리스와 내가 저기를 올랐었는데. 잠깐만, 언제였지? 그리고 카빌리스는 또 누구야?



“그 내용은 교과서에 없어.” 애덤스 선생님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 앞에 마주한 역사책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뭐라고요?”

“추위 때문에 코끼리들이 죽었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그건 사실이에요.”

“나도 안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나와 있지 않다고.”

“아.”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니?”

“그게, 저는 도서관에서 읽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 도서관에 다녔니?”

“그러니까…. 점심시간에요. 아마 레비 아니면 헤로도토스 책에서 봤을 거예요.”

“음…. 그러니까 네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대해서 읽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프스산맥을 넘은 후에 한니발이 첫 번째 전쟁을 어디에서 벌였지?”

“트레비아강입니다.”

“두 번째 전투는?”

“티치노강이요.”

그녀는 역사책을 열고 종이쪽지로 끼워져 표시된 페이지의 문장들을 훑어보았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치른 가장 큰 전투는 뭐였지?”

“칸나이 전투입니다. 하루에 오만 명의 로마군이 전사했어요.”

“맞았어.” 그녀는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사실이야.” 그녀는 교실 앞으로 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지만,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바이베른. 내가 언제 바이베른에 있었던걸까? 카빌리스와 함께. 우리는 그해 여름에 스키 타는 법을 배웠어. 그는 미국 공군의 기술 하사였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는 독일어와 러시아어에 유창했어. 나는 공군 상사였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학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머리가 강력한 압박감에 의해서 아팠다. 너무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토네이도 안에 있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찰리.”

나는 급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애덤스 선생님이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네, 선생님.”

“수업이 끝났다.”

“네, 알겠어요.”



나는 책들을 모아서 들고 일어났고, 꿈속에서 걷는 듯했다. 나는 넋이 나가서 멍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복도에서 나는 아이들을 모른 체했지만, 그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사물함으로 가서 점심을 꺼내어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팻시와 장애가 있는 소녀를 보았다. 나는 경기장 안에서 그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내가 함께 앉아도 되겠니?” 내가 물었다. 그들은 눈을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아…. 물론이지.” 팻시가 말했다.

나는 앉아서 내 샌드위치를 보았다. 두 소녀는 먹지도 말을 하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나를 보았다.

“무슨 샌드위치를 싸 왔니?” 내가 물었다.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땅콩버터하고 젤리 샌드위치야.” 팻시가 말했다.

“내 것도 같아.” 다른 소녀가 대답했다.

“나는 달걀 프라이 샌드위치를 가져왔어. 우리 엄마는 항상 내 샌드위치를 두 조각의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주셔. 내 생각엔 이등변 삼각형인 것 같은데.”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아니, 이 학교에서 또래의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두 소녀가 키득거렸다.

“나누어 먹을래?” 나는 내 샌드위치 절반을 들어 올렸다.

“물론이야.”

우리는 서로의 샌드위치 하나를 교환했다.

“네 이름은 뭐니?” 내가 물었다.

“멜로디.”

“멜로디, 마치 노래에서 멜로디처럼?”

“맞아. 우리 엄마는 가수셨어.”

“정말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걀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이거 맛있다.” 그녀가 빵을 들어 보였다. “너희 어머니께서 마요네즈하고 소금, 후추를 넣으셨어.”

“너는 찰리 브린들리지?” 팻시가 물었다.

“응. 우리 엄마는 나를 ‘찰리 아이’라고 불러. 너는 팻시 맥카시이지?”

“내 생각엔 내가 너무 뚱뚱해서 모두가 나를 아는 것 같아.”

“나는 너와 같은 과학 수업을 같이 듣기 때문에 널 알고 있어. 책을 많이 읽니?”

“응, 난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해.”

“나도 그래.” 내가 말했다. “이 포도 젤리 매우 달콤하네. 정말 좋아.”

내 머리가 윙윙거리며 따뜻해지는 듯했다. 머릿속이 기억들로 채워지면서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

이 장면들은 다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항상 내 기억 속에 있었는데 내가 찾지 못했던 것일까?

“너의 마음은 추억들로 가득하니?” 내가 멜로디에게 물었다.

“그럼.” 그녀가 말했다. “내가 두 살이었을 때 즈음부터 모두 다 기억해. 그전에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나지만.”

“나도 그래.” 팻시가 말했다. “나는 왜 우리가 아기였을 때는 기억을 못 하는지 궁금해.”

나의 기억들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서 오는 것 같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너희들은 미래의 너 자신에게서 오는 기억들이 있니?” 내가 물었다.

“나는 공상을 많이 해.” 팻시가 말했다. “고등학교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서 말이야.”

“우리 이제 가야겠다. 수업 시간이 거의 다 됐어.” 멜로디가 말했다.

우리는 학교 건물 쪽으로 함께 걸어갔는데, 멜로디의 다리 보호대 때문에 걸음을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우리는 곧 학교 건물 안에서 ‘뚱뚱한 팻시’ 합창단을 마주쳤다.

“얘들아,” 나는 두 소녀에게 속삭였다. “저 아이들에게 복수해주자.”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주었다. 두 소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엠버와 저스틴이 나무에 앉아서” 우리가 노래를 시작했다. “키스를-하고-있대요. 사랑이 시작되고 그다음엔 결혼, 그리고 엠버는 유모차를 끌고 오지요.”

이것은 어릴 적에 부르던 우스꽝스러운 동요였지만, 우리가 바라던 대로 효과가 있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엠버는 잠깐 얼이 빠져버렸다. “뚱뚱한….”

그때 우리가 다시 키스 노래를 그 네 명의 아이들보다 먼저 불렀다.

엠버는 노래를 멈추고 말을 삼켰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급히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세 친구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잘했어!” 내가 팻시와 멜로디에게 말했다.

“기분이 정말 좋더라.” 팻시가 말했다.

“맞아, 정말이야.” 나도 동의했다.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

“무조건이지.” 두 소녀가 입을 모아 대답했다.



* * * * *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체육이었다. 나는 체육 수업을 정말 싫어했다. 내 키는 거의 6피트였고, 힘이 셌으며, 농장에서 일을 했기에 근육이 잘 발달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힘을 어디에다 써야 할지 몰랐다. 때때로 나는 트랙 위를 달리거나,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점프하는 운동을 하곤 했다. 운동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이번에는 우리는 농구를 연습하려 체육관에 갔다. 나는 관중석에 앉아서 여전히 한꺼번에 밀려오는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정글 한가운데 있었고, 전쟁 중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은 아니었다. 그 전쟁은 최근에 종전되었기에. 이 장면은 내가 시사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영 달랐다. 우선 전투복이 달랐다. 몇몇 군인들은 방탄조끼를 녹색 티셔츠 위에 입고,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무기들 또한 달랐는데 그들은, 또는 우리는, 중량이 있는 M-1 라이플총이 아니라 더 작고 가벼운 총을 들고 있었다.



M-16s!

항공기 한 대가 정글 숲의 나무 위를 지나서 날아갔다. 매우 빨랐다. 그것은 우리 적군의 자리에 네이팜탄을 떨어트렸다.

항공기는 해군 F-4 전투 제트기이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브린들리!” 제임슨 코치님이 소리쳤다. “우리와 함께 경기할 건가?”

“네, 알겠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경기장 위로 달려갔다.

코치님은 좋은 사람이었다. 비록 내가 이상하고 어설펐지만 나를 보통 아이처럼 대해주었다. 코치님은 나에게 농구공을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손으로 돌렸다.

난 전에도 이것을 해본 적이 있어. 어디서였지? 그리고 언제였을까? 베트남…. 다낭이었지. 뭐라는거야?

나는 공을 몇번 돌린 후에 드리블을 했다. 크래머가 내 앞으로 와서 섰다. 나는 공을 튕기면서 그의 눈을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공을 낚아채 가려고 했다. 그때 나는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왔다. 나는 계속해서 공을 드리블하며 오른쪽으로 갈 것처럼 그를 속인 후에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가 균형을 잃었고 나는 점프 슛을 쏘았다. 공이 농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사람들이 멈추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다시 공을 가지러 뛰어간 후에 드리블하며 농구 골대에서 조금 멀리 갔다가 뒤돌아서 또 한 번 더 점프슛을 던졌다. 완벽했다. 크래머가 공을 향해 달려가더니 미드코트 안으로 들어오도록 공을 드리블했다.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가 미소를 짓더니 농구 골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농구공이 그에게서 멀리 튕겨가도록 친 다음에 두 명의 선수들을 따돌리며 드리블을 하다 레이업 슛을 했다. 골대 안으로 들어간 공이 아래로 떨어지자 나는 다시 공을 잡아서 다른 선수에게 패스했다.



흙으로 된 경기장 위에서, 베트남 군사 가지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날씨가 매우 더웠다. 카빌리스와 나는 전투용 바지를 잘라서 반바지로 입었다. 경기장의 여섯 명의 미군 병사들. 우리 셋은 정규 복장인 녹색 티셔츠를 벗어서 옆에다 던져두었다. 셔츠를 입은 팀과 웃통을 벗은 팀, 우리는 두 팀을 그렇게 불렀다.

내가 공을 패스해 준 소년이 드리블하다가 점프슛을 쏘았지만, 빗나갔다.

나는 다시 튀어 오르는 공을 잡아서 한 손으로 공을 던져 백보드에 튕겼다. 공은 골대를 빙 돌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해병대 사령관은 우리에게 2주간의 휴가를 주었다. 카빌리스와 나는 방콕에 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크래머는 그의 무릎을 구부리고 공을 들어 올려서 점프 슛을 던졌다. 그가 공을 던지자마자 나는 뛰어서 공중에 있는 공을 가로채었고, 드리블하며 그가 시도한 슛을 던졌다. 우리는 30분간 열심히 경기를 했다. 다른 선수들은 하나둘 지쳐서 바닥에 앉아 숨을 돌렸다. 크래머는 계속해서 내게서 공을 뺏으려고 따라다녔다.

나는 골대 쪽으로 달려가서 공을 튕겼다. 그가 뒤에서 내게 발을 걸었다. 나는 심하게 넘어졌지만, 공은 놓치치 않았다.



총소리, 박격포가 우리 주변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나는 내 팔로 공을 들고 일어섰다.



우리는 정글 속에서 외부로부터 단절되어있었고, 나는 군의관이었기에 다친 군인들을 돕고 있었다. 정글 속 빈터의 변두리에서 더 많은 발포가 쏘아져 나오고 있었고, 카빌리스는 심하게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브린들리! 자, 간다.” 크래머가 말했다. 그는 내 손에 있는 공을 친 후에 가져가려고 했다. 나는 공을 내 등 뒤로 보내서 다른 손으로 잡았다.



우리는 밤새도록 베트콩들과 싸웠고, 우리 중 세 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섯 명이 부상 당했어. 카빌리스는 어떻게 된 걸까?



나는 크래머에게 공을 던진 후 관중석 쪽으로 가서 손으로 나의 머리를 감싸고 앉았다. “찰리.” 코치님이 내 옆에 앉았다. “너 괜찮니?”

아니요. 저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네, 저는 괜찮아요.”

“존슨”, 코치님이 말했다. “그 운동용 패드를 가져와. 내 생각엔 찰 리가 몇 분 정도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아.”



패드? 아이패드! 병실 안에 있었던 그 파란 옷을 입은 의사가 헛간 안의 다락에 아이패드가 있다고 했었어.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학교가 끝났다.

“정말로 괜찮은 거니?”

“전 괜찮아요, 코치님.” 내가 일어섰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스페인어 과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인도 위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내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노력했다.

이상한 게 너무 많아. 병실의 하늘색 옷을 입은 어떤 남자. 그가 나에게 둥그런 헛간 안의 다락에 아이패드가 있다고 말했었어. 아이패드는 컴퓨터잖아. 잠깐, 컴퓨터가 무엇이지?

누군가가 내 뒤로 와서 서 있었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크래머였다.

나는 이 애가 줄을 서는 자리를 두고 내게 시비를 걸기를 바래. 이번에는 그가 땅바닥 위로 넘어지게 될 거야.



“너 농구를 어디서 배웠니?”

해병대에서, 라고 말하고 싶었다. 잠깐만, 나는 공군의 상사였어. 내가 어떻게 해병대에 들어갔으며, 그리고 베트남? 베트남이 대체 어디야? 아, 그래, 동남아시아.

“그러니까, 나에겐 네 명의 형제가 있거든. 우리는 뒷 마당에서 공놀이를 자주 하곤 해서.”

“너 팀에서 뛸 거니?”

“잘 모르겠어.”

나는 팻시와 멜로디가 학교 건물에서 양쪽으로 되어있는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아이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답인사를 했다. 크래머가 그쪽으로 돌아보았다. “너의 친구들이니?” 그의 표정은 무언가 썩은 냄새를 맡은 듯 했다.

“응, 내 친구들이야.” 내가 말했다. 나는 여자아이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네가 이 자리에 줄을 서도 돼.” 나는 뒤에 있는 그에게 어깨 너머로 말했다.

“어이,” 팻시가 말했다.

“안녕. 너희들은 몇 번 버스를 타니?”

“음, 3번.” 멜로디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린 집에 걸어서 가.”

“얼마나 먼데?”

“2마일 정도.”

“오래 걸어가야 하잖아.”

“저 버스를 타고 가는 것보단 나아.” 팻시가 말했다.

나는 3번 버스가 멈출 만한 자리를 바라보았다. 엠버가 줄을 서서 헨리 위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추측 해 볼게.” 내가 말했다. “엠버와 그녀의 패거리가 버스에서 너에게 그 노래를 부르는거지?”

팻시가 끄덕였다. 네 대의 학교 버스가 멈춰 섰고, 아이들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난 이제 집에 가서 집안일을 도와드려야겠다.” 내가 말했다.

“내일 점심시간에 약속 잊지 마.” 멜로디가 말했다.

“물론이지. 내일 관중석에서 보자.”



* * * * *



나는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계신 어머니를 발견했다. 나는 어머니의 뺨에 입을 맞췄다. “오늘 학교 어땠니?”

“좋았어요, 아주 좋았어요.”

“정말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집안일을 시작할게요. 오늘 밤에는 해야 할 과제가 많아요.” “난 네가 숙제하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흥미로운 과제를 받았거든요. 역사하고 시요.”

어머니께서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셨다. “달걀을 모아서 가져다주겠니?”

“물론이죠.”

나는 달걀 바구니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현관 계단에서 멈추어 서서 뒤뜰 건너편, 빨랫줄 너머로 블랙스미스 상점 쪽을 보았다. 거기에 헛간이 있었다. 그곳은 매우 컸는데, 아버지가 겨울을 나기 위해서 많은 양의 건초를 보관해놓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헛간과는 생김새가 달랐는데, 둥그런 모양이었다.

그 푸른 옷을 입은 의사는 대체 어떻게 이 둥근 모양의 헛간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저 안의 다락에 정말로 아이패드가 있다면….? 갑자기 모든 것들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헛간 안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와. 정말 많은 건초군.

나는 커다란 다락 안을 둘러보았다.

물론 나에게 단서를 남겨두었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

오래된 장비들 여러 개가 벽면에 걸려있었다. 사방엔 거미줄이 있었다.

아마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거미들이 많은 일을 했나 보군.

오래된 등유 램프와 부러진 가로대, 가죽 노새 목줄 사이로 지푸라기가 채워져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여 있었다.

잠깐만.

나는 건초 더미를 지나서 등불이 놓여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등불은 완벽하게 깔끔했다. 먼지도 거미줄도 전혀 없었다.

이 등불은 여기에 둔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해. 등불로 길을 비추려고 한 걸까?

나는 마룻장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건초를 치웠다. 그곳에 적당한 크기의 판지로 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상자가 두 개 더 있었다. 첫 번째 상자 안에서 아이패드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해져서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았다. 병원에 있던 그 사람이 내가 이곳에서 컴퓨터를 찾게 될 거라고 했어.

그래서 그건 꿈이었을까?

나는 죽어가던 일흔 아홉의 노인이었다. 그 남자는 내가 열네 살 때의 집으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나의 몸은 십 대의 소년이었지만 일흔 아홉의 노인이 겪었던 경험들과 기억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것은 터무니없는 환각이지만 매우 정교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억 속에서 모든 세부 사항들이 다시 재현되었다.

는 케이틀리온이 빅맥 버거를 사 오기 전에 죽었었다. 그게 아마 실제로 일어난 일일 것이다. 그 후에 이것은 다 뭐지? 사후세계인가? 아니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때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수많은 관들과 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제기랄. ‘심폐소생술 금지’라고! 이것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법적 서류에 서명한 게 무슨 소용인가? 내 이마에 문신이라도 해놨어야 했어.



내 신체는 죽었지만, 이 사람들은 내 정맥을 통해서 빌어먹을 생명 유지를 위한 망할 약품들을 퍼붓고 있어. 나의 뇌는 살아있지만, 진통제로 각성되어 있고. 내 정신은 죽어버린 신체를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나는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즐겁게 하려고 이런 정교한 공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사람에게는 두 가지의 정신이 있다. 의식과 잠재의식. 우리가 잠을 잘 때는 잠재의식이 우리를 장악해서 혼수상태에 있는 우리의 의식으로 꿈을 공급한다.

지금의 나는 잠재의식 속에 있고, 고등학교 시절을 다시 사는 이 우스운 게임을 하고 있다.



대체 이것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 걸까?

케이틀리온이 맥도날드에서 다시 올 때까지? 그러면 그녀는 내 생명 연장 장치의 전원을 꺼달라고 의료진들에게 말할 것이다. 그녀는 내가 식물처럼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아주 잘 안다. 그러면 나에게는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있지?

이 곳 나의 공상 속에서 시간은 문제가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의료진이 내 생명 연장 장치의 전원을 끄게 될 때 그것을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 나는 이 작은 환상을 즐기려고 한다.

나는 아이패드를 케이스에서 꺼내어 화면을 두드렸다.

오, 이런. 비밀번호. 그 남자는 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지시 사항’ 폴더 안에 적혀 있을 것이지만, 비밀번호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폴더를 열어볼 수가 없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스타일을 더한 지문 모양이 보였다.

이것인가?

나는 멜빵바지에 손을 닦은 후에 엄지손가락으로 그 아이콘을 눌렀다.

됐다!

‘안녕, 찰리.’

그들은- 혹은 나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지시 사항’ 폴더로 들어가서 다시 ‘지시 사항’이라는 파일을 열었다.

이것은 못 찾는 게 더 어렵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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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한 남성이 자신이 뇌사 상태로 판정될 경우에 의료진에게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두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심폐소생술 거부 서류에 서명하였다고 그의 손녀에게 이야기한다. 죽어가는 한 남성이 그의 손녀에게, 자신이 뇌사 상태로 판정될 경우 의료진에게 죽도록 내버려 두라는 지시 사항이 적힌 심폐소생술 거부 서류에 서명하였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무의식 속으로의 긴 여행으로 초대되었는데, 그의 바람과 달리 그의 신체가 계속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그의 몸 전체로 투여되는 항콜린제로 인한 환각작용인가 아니면 정말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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